원하는 모습 | 사랑스러운 여자 vs 강인한 여자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여자와 강인한 여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사랑스러운 여자
초등학교 때는 누가 봐도 여자 아이였습니다. 원피스를 입고 뱅그르르 도는 것이 좋았고,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예쁘다는 생각에 만족한 적도 많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면 상상을 했는데, 상상 속의 저는 마당 있는 2층 집에서 꽃도 가꾸고 차도 마시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상상을 하는 동안엔 상상이 저의 현실이었습니다. 학교 가서 친구와 어울리며 노는 것도 당연히 현실이구요. 두 세계가 만날 일은 없었고, 그래서 저는 만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실제 현실에서 한 남자애가 저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이 일이 제 상상 속에서 일어났다면 저는 싫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상상 속의 저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온 세상이 저를 사랑한다 해도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현실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불편해졌습니다. 평소에 저는 친구들과 같이 놀다가 집에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집에서 친구들을 떠올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저한테는 가벼운 관계 뿐이었는데, 갑자기 한 남자애가 감정을 들이밀며 다가오니 기억에서 쉽사리 떨쳐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불편한 기억과 저항감
제가 불편했던 건 그 남자애가 아니라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기억,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감정과 섞인 기억은 더 떨쳐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불편한 일이구나'라고 느끼고는 이후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기 위해 애썼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 다니면서 1등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1등 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었습니다. 어쩌다 최우수상을 타게 되면, '아차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지점에 저항감이 있었네요.
아주 어릴 때는 큰 노력없이 천재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이후에는 집중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런 저항감이 생기고 나서 그런 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쁘면 위험하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안심할 수 있는 외모였죠. 밤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취향이 없는 건지, 아니면 밤이라 잘 안보였던 건지 저를 따라오는 남자가 아주 가끔 있었습니다. 제 외모가 위험할 정도로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을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얼렁뚱땅 대처하고 그 일은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강인한 여자
상상 속의 저는 항상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동안은 저 스스로 상상을 깨부수려고 했던 건지, 군인, 경찰이 되려고 했고 남자만 보면 승부욕이 올라오기도 했었습니다. 남자들을 압도하는 강인한 여자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남자들이 '내꺼'라고 소유욕을 보이면 불편했습니다. 저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기분 나빴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었고, 왕좌의 게임의 대너리스처럼 주군이 되고 싶었습니다.
원하는 모습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여자와 모든 남자를 압도하는 강인한 여자 중 제가 되고 싶었던 건 어느 쪽일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여자 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불편함을 느껴서 상상을 억누르기 위해 강인한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양쪽 다 이루지 못했습니다.
양쪽 다 원하면서 원하지 않았거든요.
스칼렛 요한슨
이제는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을 떠올리면 왕좌의 게임의 대너리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떠오릅니다.
사랑스럽고 섹시하고 강인함까지 다 갖춘 분들이죠.
스칼렛 요한슨이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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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여자는 별로 섹시하지 않다"
"나는 매 끼니 잘 먹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마른 몸매를 갖기 위해 굶거나 하는 짓은 하고싶지 않다"
"나는 마른 여자가 매력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트렌드를 따라갈 생각도 없다. 마른 몸매를 유지할려는 여자들은 사실 건강을 해치고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 일들을 해야한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다이어트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깡마른(ultra-thin) 여자들은 전혀 섹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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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생각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피부 때문에 고민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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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옛날 사진을 보면 여드름으로 고생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십대 때부터 배우로 데뷔했는데 레드카펫에 설 때도 여드름으로 고생했다."
"사춘기 때 잠깐 겪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성인이 돼서도 여드름은 나를 괴롭혔다. 주위에 유명한 피부 전문의, 뷰티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고생할 줄은 나도 몰랐다."
"시중의 토너, 레티놀 제품, 각질 제거제를 사용하며 좋다는 건 다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여드름이 있으면 못생겼다는 인식이 강했고 지금보다 주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인식은 적었다."
"결국에는 다른 자극적인 제품을 건너뛰고 수분크림만 피부에 바르기 시작했다. 매일 브러시로 가벼운 각질 제거를 했고 기본적으로 여드름성 피부에 적합하다는 모공을 막지 않는 '논코메도제닉' 수분크림만 피부에 발라봤다. 놀랍게도 일주일 안에 피부가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냥 피부가 알아서 아물게 나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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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을 통해 스칼렛 요한슨은 '더아웃셋(the outset)이라는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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